이차전지 업계, 위기 속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강조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인해 국내 이차전지 3사인 엘지에너지솔루션(LG엔솔), 에스케이온(SK온), 삼성SDI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직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며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 위기감 고조

이차전지 업계 수장들은 현재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평가했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로 인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급변하고 있다”며, “기존에 경쟁 우위를 차지했던 기업들조차 제때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석희 SK온 사장 역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직원들에게 최고 성과 창출을 주문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고속 성장을 기대했던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성장 둔화는 새로운 위기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악화와 중국 업체 공세

국내 3사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 또는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실적 악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CATL과 비야디(BYD)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세계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차전지 산업은 수요 둔화와 대규모 공급 계획으로 인해 중단기 수급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업체들은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세 회사의 위기 극복 전략은 대체로 비슷하다.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자만심을 버리고 도전과 혁신의 DNA를 되살리자”며, “소재·기술·공정 혁신이 더디어지고, 구조적 원가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고객의 가격 경쟁력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월드 베스트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달성하자”고 촉구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연구개발(R&D)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차별화된 대응 전략도 감지

한편, 대응 방식에서는 일부 차이가 드러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로 대규모 현지 공장을 설립한 LG엔솔과 SK온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반면, 비교적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는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질적 성장’과 ‘투자 효율성 확보’를 강조하며, “공격적 수주와 사업 확장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2030년 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역설했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위기 상황을 직면하며,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된 목표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